10년 전에 추진했던 ‘유시티’ 업그레이드 버전 불과 지적
체계적인 계획 수립 못하면 성과 없이 끝난 것 답습 우려
일몰 사업 후속 대책도 없어
정부가 향후 10년간 진행할 국토교통 연구·개발(R&D) 과제의 핵심은 ‘스마트시티’로 요약된다. 그러나 막상 국토교통 R&D 로드맵이 공개되자 과거 유시티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패한 R&D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 13일 ‘제1차 국토교통 과학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10년간 진행할 국토교통 R&D 로드맵을 공개했다.
국토교통 R&D는 향후 10년간 총 9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개 추진 전략에 맞춰 진행한다. 8대 핵심 과제인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드론, 건설자동화, 제로에너지 건축, 가상 국토공간, 스마트물류, 지능형 철도 중 7개가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기술이다.
이처럼 국토부가 스마트시티에 R&D를 집중하고 있지만 이날 발표한 내용은 10년 전 정부에서 진행한 유시티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시티란 첨단 정보통신(IT) 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 서비스를 도시 공간에 융합한 것이고,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계획 없이 R&D를 수행할 경우 과거 유시티처럼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스마트시티가 유시티와 다른 점은 통신의 개념이 아닌 인프라, 수단을 바꾼다는 개념”이라며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안했다. 건축물·교통 등을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리듯 접근하자는 것이다. 건축물의 주차장 문제와 자율주행차 연결을 예로 들면 자율차를 한강둔치 등 공터에 세워놓은 뒤 출퇴근시간에 맞춰 주거지로 불러들이면 앞으로 건축물에 주차장을 구비할 필요가 없다.
투자 대비 산출 효과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홍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장은 “예산을 투입했다면 그 이상 국부를 창출할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몰 사업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5년 도입된 R&D 사업 일몰제는 각 부처가 종료 시한 명시 없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계속 지원형 R&D 사업의 타당성을 재평가해 점차 종료시키는 제도다. 사업 목적이 달성됐거나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업은 접고, 재원을 신규 R&D 사업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몰제로 종료되는 R&D 사업을 이번 국토계획엔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용걸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몰제를 시행하면서 기존 사업은 끝내고 신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연구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국토교통 R&D 핵심 ‘스마트시티’, 실패한 ‘유시티’ 될라
입력 2018-04-1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