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유럽의 ‘우유 식민지’ 전락… 낙농업 궤멸, 경제난민 증가

입력 2018-04-16 05:05
우유 생산량 늘었는데 러 제재로 판로 막히자
유럽 낙농 회사들 阿 시장 공략… 현지 업자 몰락
“경제적 착취” 비판 나와… 급진주의 확산 우려도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의 ‘우유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 유럽의 다국적 낙농기업들이 값싼 가격을 무기로 최근 급성장한 서아프리카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영세한 지역 낙농업자들이 궤멸 위기에 몰리면서 ‘경제난민’이 양산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간) 이를 조명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아프리카 18개국의 유럽산 분말우유 수입량은 1만2900t이었으나 2016년 3만6700t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분말 형태로 이들 국가에 들어온 우유는 액체로 재가공돼 주변 인접국에도 수출된다.

분기점은 2015년 3월 유럽의 ‘우유 생산량 규제’가 풀리면서였다. 낙농 면적에 맞춰 연간 생산량을 묶어놓던 규제가 사라지자 공급이 폭증했다. 때맞춰 EU가 우크라이나 불법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주요 수출시장이 통째로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매년 7% 이상 고도성장을 이어가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새 시장으로 삼았다. 프랑스의 다농, 스웨덴 알라, 네덜란드의 프라슬란드캄피나, 스위스 네슬레 등이 우유 생산량 규제가 풀린 시기에 맞춰 집중적으로 이 지역에 공장을 지었다. 분말우유를 액체로 바꿔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유는 현지 우유의 반값이다.

값싼 유럽산 우유에 아프리카의 영세 낙농업자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품질관리시설 등 워낙 인프라가 취약한 데다 정부의 지원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보조금을 비롯해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유럽산 우유에 상대가 될 리 없다.

일각에선 EU가 대외적으로는 아프리카를 발전시켜 난민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르키나파소의 아다마 이브라힘 디알로 영세낙농업자협회장은 “낙농업 집안에서 자란 자손들이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로 변하고 있다”면서 “종교적 신념이 아닌 실업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EU는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EU 집행이사회 측은 폴리티코에 “아프리카 지역에서 급증한 수요에 민간업체가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유럽 각국이 낙농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사실상 불공정 무역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식품 보안을 위해서일 뿐 가격경쟁 지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