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쫓아내려고… 힌두 남성들, 8세 소녀 윤간·살해

입력 2018-04-16 05:05
인도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에서 지난 13일 현지 여성들이 8세 소녀 강간 살해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시파(살해된 소녀)를 위한 정의’ ‘소녀들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쉬운 표적 고른 계획 범죄… 경찰, 돈 받고 범행 덮어
‘힌두 민족주의’ 모디 정권 제대로 대응 안해 분노 폭발


무슬림 부족의 8세 소녀가 힌두교 남성들에게 잔혹하게 윤간·살해당한 사건으로 인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인도에 만연한 여성 학대 이슈와 첨예한 종교 갈등(힌두교와 이슬람)이 중첩된 사건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인민당(BJP) 정부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비난받고 있다.

인도 북서부 잠무카슈미르주에 사는 무슬림 유목민 부족의 일원인 아시파 바노(8·사진)는 지난 1월 누군가가 불러서 숲으로 들어갔다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남자 여럿이 바노를 힌두교 사원에 사흘 동안 가둔 채 수면제를 먹이고 윤간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원 관리인 산지 람이 무슬림 부족에게 겁을 줘서 이 지역에서 쫓아낼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조카와 친구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였고, 가장 쉬운 표적인 소녀를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이번 사건으로 남성 8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현직 경찰 2명도 포함됐다. 범죄를 덮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다.

사건은 발생 당시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변호인들의 기소 방해 때문에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피의자 변호인들이 법원에 기소하러온 경찰을 막아선 것이다. 이들은 무슬림 경찰이 힌두교도 피의자를 수사한 것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BJP 소속 주 정부 장관 2명도 변호인 시위에 가담했다가 사법 방해 행위라는 비난 여론이 커져 사임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3일 “강간 사건으로 나라가 수치스럽게 됐다. 우리 딸들은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델리 아쇼카대 바누 메타 부총장은 “모디의 언급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2012년 뉴델리 버스 윤간 사건 때처럼 인도 전역에서 분노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23세 여대생이 버스 안에서 6명에게 성폭행당하고 며칠 뒤 숨져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사회학자 디파 나라얀은 “버스 강간 사건은 술 취한 남성 무리의 즉흥적 범행이었으나 이번 건은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것이어서 더 나쁘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