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여사→ 존경하는 여사… 北, 이설주 띄우기 왜?
입력 2018-04-16 05:05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우상화 작업을 개시했다. 북한 매체는 15일 이설주의 동향을 전하면서 ‘존경하는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생존 배우자에게 우상화 칭호가 붙은 것은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 김성애 이후 40여년 만이다. 이설주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정상국가 북한’을 과시하는 키맨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이날 “존경하는 이설주 여사께서 14일 최룡해 동지, 이수용 동지, 김영철 동지(이상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동지, 박춘남 동지(문화상)를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제31차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에 참가한 중국 중앙발레무용단의 발레무용극 ‘지젤’을 관람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이설주에게 ‘존경하는 여사’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2012년 7월 이설주가 등장한 이후 한동안 그를 ‘동지’로만 호칭하다 지난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 때부터 ‘여사’로 격상했다. 이번에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까지 추가됐다. 김정은 위원장 이름 앞에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고지도자의 생존 배우자에게 우상화 칭호가 붙은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김일성의 둘째 부인 김성애(2014년 사망)도 한때 ‘존경하는 여사’로 불렸다. 하지만 본처 김정숙(1949년 사망)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4년 후계자로 최종 낙점되면서 김성애에 대한 우상화 칭호는 박탈됐다. 대신 북한은 김정일 생모 김정숙을 ‘항일의 여성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우상화하고 있다.
이설주는 북한 체제 안에서 ‘퍼스트레이디’ 지위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설주는 공연장인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당·정 간부들을 대표해 중국 예술단 단장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환담했다. 북한 지도자 부인이 간부들을 이끌고 독자 일정을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연에 불참한 김 위원장을 대신해 이설주가 ‘영부인 외교’를 한 셈이다. 앞으로도 이설주는 김여정과 함께 외교 무대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과의 친선 관계를 연일 과시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14일 쑹 부장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쑹 부장이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문전박대당한 지 5개월 만이다. 통신은 “접견석상에서는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의 공동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문제들과 국제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들이 진지하게 교환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북한의 비핵화 방안과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 지난달 말 북·중 정상회담의 후속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접견에 이어 이설주와 함께 중국 예술단을 환영하는 연회도 마련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