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북핵, 6개월서 1년 사이 불가역적 일괄 폐기돼야
김기식, 임명 철회가 좋아”
文 “정치보복 문제는 靑이 개입할 수 없는 사안 추경 처리 좀 부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13일 첫 단독 회담은 홍 대표가 요구사항을 주로 전하고 문 대통령이 경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논의의 70∼80%는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안보 현안이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청와대와 한국당의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두 사람의 대화록.
△문 대통령=남북 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은 바람직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 그게 한국당 지지율에도 도움이 된다.
△홍 대표=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담 후에 남북 문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 온다. 3대가 거짓말한 (북한) 정권이 이번에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 아닌가. 유화정책이 실패하면 어떤 파국이 올지 지금 대통령께서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계신다.
△문 대통령=이번에는 안심해도 된다. 진행되는 것은 남북만의 협상이 아니다. 북·미 협상이 있고, 그것을 우리가 중재하고 있다. 과거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덜하니 초당적으로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
△홍 대표=북핵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불가역적으로 일괄 폐기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리비아식 해법이 아니면 안 된다. 한·미 관계가 걱정스럽다. 사드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보면 신뢰가 깨진 것 아닌가.
△문 대통령=지금 한·미 관계에 이상이 없다. 평창 행사를 보더라도 미국과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졌다. 모든 사항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홍 대표=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임명 철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문 대통령=그것(임명 철회)은 인사청문회 때 쓰는 말 아닌가. 아, 임명 철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홍 대표=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철회해 달라.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의로 개헌 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대부분 독재정권이었다. 개헌안 발의를 철회해주시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연내 개헌을 하도록 하겠다.
△문 대통령=….
△홍 대표=정치보복은 MB(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까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나이가 66세인데, 24년(징역형)을 살면 90세가 된다. 죽어서 나오라는 말이냐.
△문 대통령=정치보복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나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강효상 한국당 대표비서실장=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 대통령이 ‘나도 굉장히 안타깝다. 박 대통령 형량이 높다는 얘기도 있고, 탄핵과 구속까지 된 데 대해 저의 뜻과 다르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문 대통령=저도 하나만 얘기합시다. 추경 (처리) 좀 부탁한다.
△홍 대표=김성태 원내대표와 논의하겠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추경에 대해 확실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문 대통령=(한 수석에게) 아까 (홍 대표가) 당에서 논의하겠다고 하셨잖아요. 또 그 얘기를 왜 하시나.
△홍 대표=김성태 원내대표가 하도 고집이 세서.
△문 대통령=아, 그분 한국노총 사무총장 때 제가 만나봤다. 민주당 출신이다.
△문 대통령=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소수 정당도 참여하는 협의체가 상설화돼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문제들을)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
△홍 대표=그 문제는 지방선거 끝나고 봅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文 “남북 정상회담 반대하지 말라”-洪 “위험한 도박”
입력 2018-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