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월 600만원 보다 무려 12배나 더 많이 사용
총선 당내 경선 패배하자 ‘선거용’ 아껴둔 돈 물 쓰듯
野人 대비 후원금 편법 활용 우회적으로 ‘축적’ 의혹도
김기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5년 한 해 동안 7243만원의 정치자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2016년 1월부터 의원 임기가 끝난 5월 31일까지 5개월 동안 3억6849만원의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한 달 평균으로 계산하면 2015년에는 월 604만원을 썼는데, 2016년에는 월 7370만원을 쓴 셈이다. 전년에 비해 무려 12배가 넘는 돈을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해에 썼다.
김 원장의 2016년 20대 총선 경선 패배는 그의 정치자금 미스터리를 푸는 실마리다. 19대 국회 당시 비례대표였던 김 원장은 2016년 3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갑 경선에서 졌다. 이 패배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의 길이 막혔다. 남아 있던 정치후원금도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순간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원장이 임기 막바지에 정치자금을 급하게 쓴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당내 경선 패배 이후 김 원장의 정치후원금 사용액수가 급격히 늘었다. 총선 비용으로 쓰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아놨는데, 경선 패배 이후 정치자금을 급하게 사용한 것이다. 또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뒤 야인(野人) 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정치후원금을 편법으로 활용해 우회적으로 돈을 모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13일 입수한 김 원장의 2015년과 2016년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보면 김 원장은 2015년 3억9218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지만 7243만원만 사용했다. 남은 3억1975만원은 2016년 정치후원금으로 이월됐다. 2016년 4월 총선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 원장은 2016년 1월 1일부터 국회의원 경선이 벌어졌던 3월 22일까지 6049만원을 썼다. 그런데 경선 이후인 3월 23일부터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31일까지 3억800만원을 썼다. 김 원장은 경선 패배 이후 2016년 정치자금의 83%를 쏟아 부었다. 한 달 평균 1억3014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에 비해 21.5배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경선 패배 이후 썼다.
그는 동료 국회의원과 총선 후보자 등 15명에게 1800만원을 후원했다. 5월 말 초고속 승진 논란을 빚었던 여비서와 함께 갔던 유럽 3개국 출장비도 정치자금에서 지출됐다.
정치후원금을 지급했다가 일부를 되돌려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 원장은 한 대학교수에게 1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했는데, 이후 이 대학교수는 ‘더미래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원장은
또 5월 19일 정치자금 5000만원을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더미래연구소는 더좋은미래가 만든 연구단체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을 마치고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19개월 동안 맡으며 8550만원을 인건비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셀프 후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김기식, 의원 임기 말 후원금 3억7000만원 왜 급히 썼나
입력 2018-04-1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