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국교 수립,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이 미국과 적대적 관계일 때 북한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무모한 목표보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북·미 국교 정상화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한 정찰총국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라인이 가동 중이라는 관측에 대해 “국가기구가 공식 협상에 나서기 전에 길을 뚫는 역할을 하는 게 정보기관”이라며 “접촉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북한의 대미 외교 창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 대해선 “비밀병기 수준으로 북·미 정상회담 물밑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북측이 지난달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 때 “6자회담은 죽었다”고 한 발언도 소개됐다. 헬싱키 대화 때 한국 측 단장이었던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헬싱키 대화 때 북측 인사가 ‘6자회담은 이제 끝났다’는 표현을 썼다”며 “북한이 과거처럼 6자회담 또는 중국의 중재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중간에 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을 보였다는 뜻이다. 그는 “나중에 돌이켜보니 또 한 번의 위장 평화공세, 기만술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보이는 북한의 변화는 진정성 있는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적대관계 해소시 주한미군 용인 가능성”
입력 2018-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