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방적으로 결론내지 않고 국가교육회의에서 진지한 숙의 토의로 결정하려는 시도는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이 13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두둔했다.
교육부가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나 그랬는지 궁금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교육부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적용할 대학수학능력 시험 개편안을 백지화했다. 몇 달 뒤 절대평가 전환을 담은 개편안을 졸속으로 내놨다 여론이 좋지 않자 “시간을 더 달라”며 1년을 연기했다.
교육부는 넉 달 뒤인 지난해 12월 12일(대입정책포럼 1차 회의)에야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대입정책포럼은 올해 2월 23일까지 모두 네 차례 열었는데 그나마도 수박 겉핥기였다.
국가교육회의에는 백화점식으로 쟁점만 나열해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는 시안(試案)이 아니라 이송안(移送案)이라며 면피를 시도했다.
유 위원장의 교육부 두둔 발언이 지난해 나왔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적어도 지난해 수능이 마무리됐을 때 교육부가 이송안처럼 쟁점을 나열한 자료를 내놓고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면 대입정책포럼이 수박 겉핥기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부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면 쓴소리를 하는 게 국회의 의무다. 그동안 교문위는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도 위원장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니 민주평화당이 여당 2중대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도경 사회부 기자 yido@kmib.co.kr
[현장기자-이도경] 교문위원장의 낯뜨거운 교육부 감싸기
입력 2018-04-1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