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합의 사항 조율할 시간 절대적으로 부족해
현안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 형성한 것으로 보이진 않아
‘만남에 의미 둬야’ 분석도… 靑, 야권과 협치 강화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첫 1대 1 회동은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회동 자체가 전격적이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인 12일 오후 3시쯤 강효상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남북문제를 주제로 한 1대 1 비공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홍 대표는 국내 정치 현안 전반으로 주제를 확대하자고 역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오전 홍 대표를 방문해 청와대로 공식 초청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 회동은 정부 출범 이후 11개월, 지난해 10월 홍 대표의 제안 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홍 대표의 1대 1 회동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만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전격적인 회동 성사는 그만큼 문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필요로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청와대가 밝힌 가장 큰 회동 이유는 2018 남북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을 2주 앞둔 시점인 만큼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 문제를 비롯해 한국당과의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건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홍 대표를 따로 만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2주 남은 상황인 만큼 외교안보 문제라도 먼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회동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회동 제안 자체가 급박했고, 사전에 합의 사항을 조율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만남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8개 사항을 요구했다. 북한 문제와 한·미동맹 등 외교안보 관련 요구가 3건, 김 원장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2명에 대한 해임, 개헌 철회 등 정치적 요구사항이 3건이었다. 문 대통령의 인식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원장의 행동에 위법이 있다면 사임시키겠다는 얘기는 사실상 국회에 공을 돌린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며 “김 원장이 사퇴하는 일만이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의 대야 스탠스가 변화될 조짐이 보인다. 청와대는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아 야권과의 협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여소야대 국면이기 때문에 개혁을 위해서는 협치를 통해서 야당과 소통하고 또 협력을 받아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강준구 기자 eyea@kmib.co.kr
전격적 1대1 회동… ‘알맹이’는 없었다
입력 2018-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