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림동 고시학원서 또 결핵환자 ‘비상’

입력 2018-04-13 19:29 수정 2018-04-13 23:19

행정고시 준비생 확진 판정… 당국, 91명 추가 검사 나서
학원측, 접촉 대상자 이외 다른 수강생에게는 안 알려
시험 코앞 수험생들 불안감

서울 신림동 고시촌 학원가에서 결핵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접촉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사에 나섰다. 행정고시 2차 시험을 두 달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관악구 보건소에 따르면 고시촌 학원에 다니던 행정고시 수험생 A씨가 지난 9일 결핵 확진을 받았다. A씨는 앞서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결핵 의심환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았다. 그는 학원에서 매일 오전 3시간30분 분량의 강의를 약 20회 수강했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같은 학원 수강생이나 같은 식당 이용자 등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본은 역학조사를 통해 A씨와 같은 공간을 사용한 91명을 접촉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고시촌에 검사용 차를 보내 현장에서 폐결핵과 잠복결핵 검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수험생인 접촉 대상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68명만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시험을 앞두고 다들 공부하느라 바쁘다보니 검사받을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누락된 학생들은 다시 보건소에 와서 검사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날 검사를 받은 수강생들 사이에서 폐결핵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잠복결핵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중 나올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학원에서는 접촉 대상자 외의 학생들에게는 관련 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400여명 규모의 학원이지만 수강생 대다수는 학원에서 결핵 확진자가 나온 사실도 몰랐거나 소문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수강생 변모(25)씨는 “결핵 환자가 나왔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어느 반인지 모르겠다”며 “학원에서 어떤 문자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7개월째 이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이모(23)씨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불안하고 걱정된다”며 “학원에서 바로 알려줬다면 검사를 받았을 텐데 왜 공지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건소는 오는 27일 고시촌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결핵 검진을 할 예정이다.

이재연 김성훈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