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의혹이 불거져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광고대행사 팀장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고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는 주장이 이달 초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올라왔다. 대한항공 측은 “컵을 바닥에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익명게시판 글이 사실이라면 폭행죄가 적용될 수 있는 행동이다. 조 전무는 사건이 알려지자 뒤늦게 자신의 SNS에 사과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지만 ‘또 대한항공이냐’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2014년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이번에는 조 전무가 바통을 이어받아 갑질 논란에 불을 지른 것이다.
재벌가 2, 3세들이 안하무인의 처신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더러 있지만 조 전무의 행태는 회사 핵심 경영자라는 점에서 더 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부적절한 처신은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져 기업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해사행위다.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건 때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오너의 처신이 기업의 이미지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갑질이 되풀이 되는 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땅콩 회항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했다. 재벌가 자녀들이 대주주로서 배당을 받아 부를 축적하는 것이야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재벌가 자제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하고 기업 내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며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적인 기업문화는 이제 청산될 때가 되지 않았나.
[사설] 오너 갑질로 또 기업리스크 키운 대한항공
입력 2018-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