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식 사태, 대통령의 인식 안이하다

입력 2018-04-14 05:00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고구마 줄기처럼 매일 터져 나오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문 대통령은 13일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통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있거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정의당마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고집을 꺾는 게 옳다. 도대체 김 원장이 아니면 금융 개혁을 맡길 사람이 그렇게 없어서 온갖 비위 의혹에도 감싸고도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출장이나 국회의원 임기 말 정치후원금 기부 등에 대한 위법 판단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로 떠넘긴 것도 무책임하다. 선관위가 판단할 사항인지도 불분명하거니와 위법이 아니라고 해석하면 야당이 수긍할 수 있겠는가.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김 원장 출장비를 지원한 우리은행과 한국거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조국 민정수석이 “위법 사항이 없다”고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피감기관 지원 출장이 문제되는 것은 그가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금감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19, 20대 일부 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떠난 해외출장 횟수를 공개하며 관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덕성에 흠집이 날 대로 난 상태에서 김 원장이 금융검찰의 수장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졌다. 김 원장을 해임하는 것만이 꽉 막힌 정국을 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