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비통해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다음 달 12일 출범하는 4·16재단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재호(58) 목사는 ‘함께하는 공동체’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4·16재단이 세월호 참사 추모만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나라를 만드는 국민의 재단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 있는 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그는 “생명의 문제였던 세월호 사고가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로 변질되면서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고 유족들을 응원했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일부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는 자들과 함께하는 곳에 하늘나라가 있다는 성경 말씀을 새기며 재단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16재단은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다. 희생자 추모사업, 피해자 심리치료·생계 지원, 4·16 생명안전공원 운영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들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의미다.
이 목사는 “4·16재단에는 색깔이 없다.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 애도하는 국민의 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재단을 색깔론이나 진영론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까지도 품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함께하지 않으면 유가족과 세월호 관련자들만의 재단에 그치고,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벽으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 사회에서 안전과 생명의 존엄 문제를 어떻게 정착시킬지 묻는 게 재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단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넘어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희생은 또 다른 차원으로 승화돼야 한다. 자꾸 붙들려 있으면 안 된다”며 “유족들은 허탈한 마음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분향소도 철거하고 영결식도 거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 스스로도 항상 가슴에 달고 다녔던 세월호 리본 배지를 뗐고, 차에 붙여뒀던 세월호 스티커도 없앴다고 했다.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한 학생과 2년 간 함께 생활했다. 13년간 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 교장으로 지내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돌봐왔던 터라 그는 학생의 아픔에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족을 위로했던 그에게 안산시민들은 2016년 4월 4·16안산시민연대 상임대표직을 부탁했고, 그 인연이 4·16재단까지 이어졌다. 이 목사는 “그동안 대안학교 아이들이 지역의 후원금과 사랑으로 컸다”며 “그 빚을 갚자는 마음으로 시민연대에 참여하게 됐고, 4·16재단까지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산=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4·16재단 기독교대표 이재호 목사 “비통해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동체 만들 것”
입력 2018-04-13 19:07 수정 2018-04-13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