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남자가 저지르고 책임은 전부 여자가 진다?

입력 2018-04-14 05:00
사진=AP뉴시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 최초의 여성 종신 사무총장과 종신위원들이 무더기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은 2015년부터 한림원을 이끌어 온 사라 다니우스(55·사진)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가 노벨상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한림원은 내가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랐다”며 사퇴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이 스웨덴 문화계 거물인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아르노는 한림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전시회나 공연을 여는 ‘문화 클럽’을 운영해 왔다. 아르노의 부인인 시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한림원의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이다.

미투 논란이 일자 한림원은 문화 클럽 지원을 중단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아르노가 1996년 이후 7차례나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종신위원들은 그의 부인 프로스텐손의 해임을 한림원에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종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줄줄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다니우스가 사무총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직후 프로스텐손도 종신위원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비행은 남자가 저지르고 책임은 여자가 진다”는 제목의 기사로 한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NYT는 “한림원의 최초 여성 종신 사무총장인 다니우스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쫓겨났지만 정작 아르노는 변호사를 통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