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자욱하다.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소위 중국발 미세먼지와 대기정체 현상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국민들은 다시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시민단체, 학계 할 것 없이 중국발 미세먼지 대응 촉구의 목소리를 냈지만 뚜렷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 이에 미세먼지 최대 발생원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동차 정책이 도마에 오르는 건 당연했다.
지난 3월 정치권에서는 친환경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대표적인 친환경차인데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자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확대되는 추세다. 필자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보급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전기차와 수소차 확대가 지금 당장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될까라는 질문에는 확실하게 대답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12%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밀집해 있고, 자동차의 수요와 사용량도 단연 높다. 생활권 주변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에 의한 체감도도 당연히 높다. 특히 경유차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뇌질환, 혈관성 치매 유발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국내 연구에서도 자동차 배출가스 중 경유차 미세먼지의 발암 기여도가 84%라고 보고된 바 있다. 건강 위해성 차원에서 볼 때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도로변 등 사람 코앞에서 미세먼지를 뿜는 노후 경유차를 우선 제거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 외에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 특히 실제 도로 주행 상태에서는 7배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반응해 초미세먼지(PM2.5)를 생성한다. 입자도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한다. 노후 경유차에서 발생되는 초미세먼지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29%가 배출되고, 똑같이 경유 엔진을 사용하는 노후 건설기계에서 22%가 배출되고 있다. 이 두 배출원만 제대로 관리해도 상당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다. 2016년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친환경차 보급보다 노후 경유차를 저공해 조치했을 때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8∼11배나 더 저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후 경유차와 건설기계에 대한 배출가스 관리가 장기적인 친환경차 정책에 앞서 집중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지금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미세먼지는 단순히 중국 쪽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우리가 만드는 미세먼지, 특히 노후 경유차가 내뿜는 배출가스와 질소산화물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도 전국의 957만대 경유차 중 약 30%의 노후 경유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또한 건설기계 중 차령이 10년 넘은 노후 건설기계도 55% 넘게 운행 중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깨끗한 공기로 숨 쉴 수 있게 실효성 높은 대책부터 따져보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깨끗한 공기는 생명이다. 생명에 오늘을 건너뛴 내일은 있을 수 없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 시민연합 대표
[기고-임기상] 노후 경유차의 미세먼지
입력 2018-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