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원 임기 두 달 남기고 연구용역 집중발주… 김기식표 돈세탁?

입력 2018-04-12 18:45 수정 2018-04-12 21:25
야권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치후원금 사용과 관련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정치후원금을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준 뒤 그중 일부를 더미래연구소의 기부금 형태로 되돌려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자신이나 지인의 계좌로 정치후원금을 직접 보낼 수 없어 자신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연구기관을 통해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 용역비 중 일부를 자신이 주도하는 연구소로 되돌려 받은 것은 정상적인 정치자금 집행으로 보기 힘들다. ‘정치자금 셀프 세탁’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자금의 편법 유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원장 측이 발주한 다른 정책연구 용역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정치자금 세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원장의 2016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서를 보면 김 원장은 2016년 4월 5일부터 5월 11일까지 집중적으로 8건의 정책연구 용역을 각각 1000만원에 발주해 모두 8000만원을 지급했다.

연구 용역을 집중 발주한 시점은 김 원장의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다. 그의 임기는 2016년 5월 31일에 종료됐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두 달 전부터 연구 용역비를 집중적으로 뿌린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19대 국회 임기 말에 이르러 이전에 없던 ‘학구열’이나 ‘정책 의지’가 갑자기 솟구친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원장의 2016년 정치후원금 총액은 3억7257만원이다. 5개월 동안 쓰기에는 상당히 큰 돈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경우 남은 정치자금을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연구용역비를 대거 지출한 뒤 일부를 더미래연구소로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김 원장이 국회의원이 끝난 뒤 야인(野人)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서둘러 세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원장이 2008∼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으로 연수를 갔을 때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십(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 리서치 센터’ 자료에 김 원장 이름이 등장하는 2007년 9월부터 2010년 8월 사이 해당 센터 고액 기부자 명단에 삼성전자, 팬택, 동양그룹 등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참여연대 재직 중 아시아·퍼시픽 리서치 센터에 방문연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기부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원장은 해외 연수비용 출처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윤해 이종선 신재희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