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여론도 등 돌리는데… 한번 따져보자는 靑

입력 2018-04-12 18:43 수정 2018-04-12 23:56
야권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檢-선관위 위법성 중복 판단 국회에 대한 靑의 불신 등 여러가지 부작용 우려
일각선 김 원장의 해임 명분 만들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청와대가 이례적인 ‘김기식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정말 평균 이하의 국회의원인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의 행위가 적법한지 가려 달라고 공식 질의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헌법기관의 해석으로 정리해 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검찰과 선관위의 위법성 중복 판단 가능성, 국회에 대한 청와대의 노골적인 불신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김 원장의 해외 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과 비교할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20대 국회의원이 16개 피감기관과 해외출장을 나간 167차례 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94차례로 더불어민주당 의원(65차례)보다 많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의 외유가 더 많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같은 기간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의원 개별출장도 국가보훈처 4번, 한국가스공사 2번, 동북아역사재단 2번, 한국공항공사 2번 있었다고 공개했다. 역시 김 원장이 다른 의원들에 비해 현저히 부도덕하지 않다는 근거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이완영 한국당 의원의 비서관 동행 해외출장 사례를 공개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13년 7월 비서관 한 명과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2000여만원의 경비는 피감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전액 지원했다.

청와대가 김 원장을 구하기 위해 국회와 선관위에 ‘폭탄’을 던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한 야권의 공격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인식하는 기류가 강하다.

김 원장 행위에 대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선관위 결과와 검찰 수사 결과가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위법 여부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청와대 질문에 대해 법률 위반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답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가 정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선관위와 검찰이 독자적, 독립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결정이 김 원장의 해임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캠프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경제 공약에도 일조했다. 이런 그를 쉽게 내치기 어렵기 때문에 선관위 결정에 따라 해임하기 위한 절차라는 의미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 복심이 낙마할 경우 충분한 자기해명 시간을 준 뒤 자진사퇴 수순을 밟아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 결정을 받아보고 김 원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아마 선관위 결정에 절대적으로 기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 김 원장을 경질하겠다는 취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