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간 정기총회 안열어 대표에게 물러날것도 제안
대표 “회비 거둘 여력없고 회원 지방에 많아 소집 못해”
부대표, 회원 지위보전 소송… 새 공익제보자 단체도 결성
내부고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에서 내부 비위 문제를 제기한 인물을 제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회원은 지위보전 소송을 내며 법적 다툼에 나섰고 일부는 새 단체를 결성해 조직이 갈라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공익제보자모임 부대표였던 정모씨는 지난 2월 제명통보를 받았다. 정씨가 모임 정관에 명시된 정기총회가 수년째 열리지 않고 단체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계장부 공개 등을 요청하자 내려진 조치였다.
논란은 지난해 내부고발자들이 공익제보를 위해 모임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제보자들은 서울시에 등록돼 있는 모임 주소지인 성동구 마장동 사무실을 찾았지만 그곳에는 다른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모임 대표인 김모씨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모임의 존재 여부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제보자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정씨는 김씨가 2007년 대표가 된 후 8년 가까이 한 번도 정기총회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익제보자모임은 부정부패 척결 교육,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법 제·개정을 위한 의견개진, 공익 제보자 상담 등을 목적으로 2005년 설립됐고 2007년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됐다. 정관에 따라 매년 2월 정기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문제의식을 느낀 정씨는 다른 회원 등과 함께 지난 1월 김씨를 찾아가 총회를 열고 신규 제보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을 건의했다. 총회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모임 정상화를 위해 회계장부 등을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제안은 거부당했고 정씨는 “모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회원에서 제명됐다. 김 대표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회원들이 각 지방에 흩어져 있고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느라 총회를 소집해도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회비를 거둘 여력도 없기 때문에 모임이 오랜 기간 재정난에 시달렸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공익제보자모임은 2014년 무렵부터 활동을 멈춘 상태다.
김 대표는 “정씨는 회원으로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정씨가 모임의 운영을 위해 애쓴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대립은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정씨는 지난달 수원지법에 모임의 회원 지위보전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정씨는 “2012년 공익제보자모임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만약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질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모임의 신규 회원 가입을 원했던 제보자들은 최근 공익제보자의 귄익 보호를 위한 다른 단체를 결성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익제보자모임은 일터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쫓겨난 내부고발자들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만들어진 단체”라며 “이런 곳에서조차 내부 문제를 제기하면 갈등이 빚어지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단독] 내부고발자 모임도 “내부 비위 문제제기는 못 참아”
입력 2018-04-12 18:12 수정 2018-04-12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