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명 새벽부터 길목 차단 알루미늄 틀 제작 저지작전 경찰 3000명 강제해산 돌입
녹슨 장비 반출 조건에 합의, 자재 반입은 16일 협상키로
국방부 “지붕·화장실 등 장병 생활여건 개선공사”
국방부가 12일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기지에 시설 공사 자재 반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양측은 이날 오후 극적으로 합의해 더 큰 충돌은 피했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 내에 자재를 실은 덤프트럭 8대 등 차량 15대를 반입시키고, 트레일러 등도 들여보내서 기지 내 장비를 빼낼 계획이었다. 국방부는 앞서 주민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협의가 결렬됐다.
반대 단체 회원과 주민 150여명은 새벽 3시쯤부터 유일한 길목인 소성리 진밭교를 막았다. 1t 트럭 3대를 배치했고 알루미늄 막대를 이용해 바둑판 모양의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녹색 그물을 씌워 다리에 설치했다. 주민들은 틀의 칸마다 들어가 앉아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경찰은 오전 7시쯤 진밭교에 경찰 병력 3000여명을 투입했고 경고 방송을 한 뒤 오전 10시35분 강제해산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사드 반대” 등을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충돌 과정에서 일부 주민은 갈비뼈 등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찰과상을 입은 주민들도 다수 발생했다. 충돌은 1시간여 이어지다 이후 경찰이 강제해산을 멈췄다. 현장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도 나와 상황을 살폈다.
충돌이 멈춘 정오쯤부터 국방부가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섰고 2시간여 뒤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즉각 철수했다. 국방부와 주민들은 이미 기지에 들어간 장비만 빼내는 조건에 합의했다. 국방부는 빈 트레일러 12대를 기지에 들여보내 공사 장비를 반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녹슨 장비 등을 점검하기 위해 반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를 위한 자재 등을 실은 덤프트럭 반입 여부는 오는 16일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반대 단체와 주민들을 설득해 사드 기지에 주둔하는 장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장병 생활관 지붕 방수와 화장실 및 오수처리시설 보수, 조리실 추가 설치를 위한 것이다. 150∼200명이 사용할 규모의 건물을 400여명(한국군 270여명, 미국 130여명)이 쓰고 있어 공사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군 소식통은 “사드 기지 안에는 조리 시설이 충분치 못해 전투식량으로 충당하고 있다. 화장실은 용량 초과로 인해 자주 막히고 있고 정화조 역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은 생활환경 개선 공사가 아니라 사드 장비 받침대 보강 공사 등 사드 운용에 필요한 공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장병 생활 여건 개선 부분만 들어가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그런 부분들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드 운용은 정상적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사드 운용 자체엔 이상이 없다. 다만 사드 운용에 필요한 전력 생산용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기름을 헬기로 수송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주=최일영 기자, 김경택 기자 mc102@kmib.co.kr
성주 사드기지 자재 반입 충돌… 주민들 ‘인간사슬’ 저항
입력 2018-04-12 18:48 수정 2018-04-12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