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쯤 美환율보고서… 트럼프 ‘극단 결정’ 우려에 韓 긴장

입력 2018-04-13 05:05
외환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오는 17일을 전후해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이 사문화된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극단적 선택’을 감행할 수도 있다. 정부는 ‘한국은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는 등 총력대응에 나섰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두 차례(4월, 10월)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 안에 특정 국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담는다. 교역촉진법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연간)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3%를 넘으면서 GDP 대비 달러화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환율조작국 낙인’이 찍히면 그 국가의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이밖에 다양한 제재가 뒤따른다.

아직 교역촉진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찍힌 국가는 없다. 6개국(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대만)이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찰대상국은 지정 요건 가운데 1∼2개에만 해당되는 나라다. 한국은 올해도 지정 요건 가운데 ‘GDP 대비 달러화 순매수 비중’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관찰대상국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어느 때보다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문화된 종합무역법을 들고 나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종합무역법에 따른 환율조작국 지정은 교역촉진법과 비교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적다. 기준도 자의적 측면이 강하다. 한국은 1988∼89년에 종합무역법에 따른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움직임이 불온하다. 미국은 환율보고서 발표를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공개’와 연계하고 싶은 눈치다.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낱낱이 밝히는 대신 분기(또는 반기)별로 달러화 순매수 혹은 순매도 금액만 공개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공개주기를 더 짧게 하고, 더 상세한 내용을 알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김소영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공개 결정을 앞두고 공개수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은 미국 환율보고서상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런 점들이 4월 환율보고서에 잘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다음 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미국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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