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위상 하락… ‘당·정 2인 체제’로 개편

입력 2018-04-13 05:00

軍 서열 1위 김정각 총정치국장 국무위원에 그친 것은 이례적
기존 당·정·군 ‘3인 체제’ 무너져
자립경제 건설·인민생활 향상 강조… 정상회담 관련 등 대외 메시지 없어

북한 군부의 위상이 위축되고 있다. 군 서열 1위인 김정각 총정치국장은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정권 핵심 직책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전향적인 대외 메시지 발신 없이 대북 제재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경제 발전 필요성만 강조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회담 전략을 먼저 공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12일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회의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당·정·군 간부들이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불참해 주석단 가운데 자리를 비워둔 채 회의가 진행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주석단 두 번째 열에서 식별됐다.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은 국무위 부위원장에서 해임됐다.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과 이만건 전 당 군수공업부장,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도 국무위원직에서 물러났다. 북한 매체는 김기남과 이만건을 ‘대의원’으로 불렀지만 김원홍에게는 아무런 칭호를 붙이지 않았다. 김원홍은 지난해 말 숙청되면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직위까지 함께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광호 선전선동부장과 태종수 군수공업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은 예상대로 국무위원에 새로 진출했다.

군 서열 1위 김정각이 국무위 부위원장이 아닌 국무위원에 그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정치군인의 수장인 총정치국장은 지금까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 부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겸직해 왔다. 전임자 황병서 역시 총정치국장 재임 시절 국무위 부위원장직을 갖고 있었다.

이로써 국무위 부위원장은 최룡해 박봉주 두 사람만 남아 당·정·군의 ‘3인 체제’가 당·정 ‘2인 체제’로 바뀌었다. 김정각은 올 하반기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도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닌 정치국 위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는 김정은 정권에서 북한 군부의 위상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시절의 당 중심 국정운영 체제를 복원하고 있다. 국무위 부위원장 자리에 군부 인사를 배제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북한은 총정치국보다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군부를 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아무런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대신 제재 국면 타개를 위한 자립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의지를 강조했다. 경제관료 수장인 박봉주는 보고에서 “나라 경제를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하는 자립적인 경제로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집중해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제재 봉쇄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를 기어이 열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