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불법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한 권모(46)씨와 이모(46)씨는 “미국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연 10∼12%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투자자 수백명을 꼬드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미국·뉴질랜드 등에 자회사가 있는 해외금융상품 전문회사라고 소개했다. 깜빡 속아 넘어간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에 필요하다’는 말에 영문 투자신고서와 여권사본, 영문 등본까지 제출했다.
두 사람은 보험설계사와 재무설계사가 투자자를 끌어오면 투자금의 6% 정도를 수당으로 주는 식으로 투자자 수를 늘려갔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이렇게 모은 투자금 수백억원을 헤지펀드 투자에 쓰기는커녕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3년 동안 ‘돌려막기’ 식으로 투자금을 운용하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다. 회사원·학생·주부 등이 이들의 말만 믿고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2억원까지 투자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원금과 함께 연 10∼12%의 이자를 보장하겠다고 속여 투자자 973명에게 총 459억원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및 특경가법상 사기)로 권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이들에게 투자자를 소개해준 보험설계사 윤모(48)씨 등 1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권씨는 지인의 소개로 보험업계 마당발이던 이씨를 만나 이 같은 범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美 헤지펀드에 투자하면 年10∼12% 이자” 973명에게 459억 가로채
입력 2018-04-1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