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 국무위원서 해임… 은퇴설 제기됐던 김영남, 상임위원장 자리 유지
보고자로 나선 최룡해 ‘핵’에 대한 언급 전혀 없어
북한이 11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예산·결산 등 통상 안건과 함께 북한 정부기관 고위 간부들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향후 대응 전략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 황병서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병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노동당 조직지도부 주도로 진행된 총정치국 검열에 걸려 국장직을 잃었다. 그는 현재 군복을 벗고 노동당 부부장급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병서가 갖고 있던 국무위 부위원장직은 후임 군 총정치국장인 김정각이 이어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과 이만건 전 당 군수공업부장,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 역시 국무위 위원에서 소환된 것으로 보인다. 김기남과 이만건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실상 2선으로 밀려난 상태다. 김원홍은 비리 혐의가 여러 차례 적발돼 출당 조치를 받고 재기불능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대신해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태종수 당 군수공업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국무위 위원직에 보선된 것으로 보인다. 90세 고령이어서 은퇴설이 제기됐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비핵화 의사 표명에 이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외 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의제 조율을 위해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남북, 북·미 회담을 내부적으로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대외 전략 변화와 관련한 보고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핵무력 완성’과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 등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구호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앞서 소집된 정치국 회의에서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해 ‘병진 노선’ 대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언급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김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6주년을 기념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를 녹화 중계했다. 행사에는 김영남 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박봉주 내각 총리, 박광호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보고자로 나선 최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치적을 나열하면서 ‘핵’이라는 말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에 추대되면서 후계 체제를 완성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2016년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최고 직책 명칭을 제1비서에서 위원장으로 바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대응전략 논의 가능성
입력 2018-04-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