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신학대] 장신대 “주민 속으로” 사랑의 섬김

입력 2018-04-12 00:01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11일 오전 장로회신학대 예배당에서 부활절 프로젝트 ‘지역과 함께하는 기쁨의 50일’ 선포식 행사에서 박영국 해방교회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유선희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왼쪽 세 번째)와 학생들이 인근 국숫집에서 학교가 나눠준 쿠폰을 이용해 식사하는 모습. 신현가 인턴기자
11일 점심시간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총장 임성빈) 주변. 이 학교 학생 1000여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은 골목 구석구석 식당으로 흩어졌다. 장신대는 이날 5000원권 쿠폰 1350장을 학생들에게 배포해 57개 지역 식당과 40개 카페에서 사용토록 했다. 음식을 나누며 지역사회와 함께 부활절을 축복하자는 의미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학교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열린 부활절 프로젝트 ‘지역과 함께하는 기쁨의 50일’ 선포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주님의 부활을 지역사회와 함께 기뻐합니다”라고 외쳤다. 장신대는 부활절인 지난 1일부터 성령강림절인 다음 달 20일까지를 초대교회처럼 지역주민과 함께 주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기간으로 정했다. 주님 사랑을 이웃에 전하기 위한 첫 프로젝트다.

선포식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서울시 의원과 구의원, 주민센터 동장, 부녀회장 등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박영국 해방교회 목사는 “우리 삶이 예수 그리스도가 온전히 드러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설교했다.

학교 일대 대부분 식당은 학생들로 넘쳐났다. 한 국수 가게에는 기독교교육과 1학년 학생 32명이 찾았다. 손다인(20·여)씨는 “성남에서 통학하느라 학교 근처 음식점은 처음 와봤다”며 “친구들과 함께 국수를 먹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최유민(24)씨도 “부활절을 맞아 지역사회와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참 좋다”고 덧붙였다.

학생들만 기쁜 게 아니었다. 가게 종업원 문앵자(52·여)씨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가게에 많이 찾아오니 부활절 기쁨이 가깝게 느껴진다”며 “대학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되는 행사를 앞으로도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던 유선희(기독교교육과) 교수는 “장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표어가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며 “학생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하나님 나라 의를 구하는 일을 배우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학교 광장에 세워진 대한적십자사 헌혈 버스에는 학생들과 교직원들로 분주했다. 긴장했던 표정들은 헌혈 이후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신학과 4학년 한광섭(25)씨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헌혈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빨간 스티커를 온도계에 붙였다.

장신대는 이날 부활절 헌금 300만원을 광장동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주민센터 측은 관내 독거노인 15명에게 20만원씩 전달할 예정이다. 또 한국전력과 함께 독거노인 거주지를 방문해 전기 제품도 점검한다. 학교는 목공예품 전시전과 영화상영회, 연주회도 열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

임성빈 총장은 “부활절이 성탄절에 비해 교회 내부 절기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부활절이 민족의 문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