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키 제한 규정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한국농구가 이번에는 할리우드 액션과 같은 빈번한 ‘플라핑(flopping)’ 행위로 멍들고 있다. 코트에서 과도한 액션으로 쓰러지며 파울을 유도하는 ‘플라핑’이 남자농구 최대 잔치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계속되면서 외국인 선수가 분통을 터뜨린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의 황당한 규정 개정에 이어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위마저 이어지자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을줄 모르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원주 DB와 서울 SK는 플라핑 논란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DB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은 10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일부 SK 선수들의 플라핑을 비판했다.
벤슨은 “농구는 몸싸움이 허용되는 거친 종목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플라핑이 너무 많다”며 “거짓으로 부상 부위를 짚거나 반칙을 유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SK 문경은 감독도 ‘DB의 국보급 센터’를 언급하며 소속팀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꺼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주성의 플라핑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이다. KBL 레전드 반열에 오른 김주성도 플라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플라핑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안양 KGC의 이정현(현 전주 KCC)과 서울 삼성의 이관희가 플라핑 행위로 정면충돌했다. 이정현은 조금만 신체 접촉이 있어도 ‘으악’소리를 내며 쓰러져 ‘으악새’라는 오명을 듣곤 한다.
플라핑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농구계 관계자들은 11일 “심판들의 명확하고 일관된 판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플라핑에 대한 제재가 거의 없다보니 선수들 사이에 플라핑을 안하면 오히려 손해 본다는 심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때 KBL이 2015-2016 시즌부터 플라핑을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행 초에만 반짝했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졌다. 현재 플라핑을 한 선수에게 심판이 테크니컬 파울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로 인해 아예 “플라핑 습관이 몸에 배서”라고 말하는 선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선수가 플라핑을 하면 사후 제재도 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국농구가 팬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2m 키 제한 이어 플라핑 논란… KBL 왜 이러나
입력 2018-04-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