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친정어머니 사망 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증평의 A씨(41)와 어린 딸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연락이 닿은 모녀의 친인척들이 시신 인수를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찾지 않아 숨진 후 몇 개월 후에야 어렵사리 발견된 모녀의 시신은 지금도 아무도 찾는 이 없이 쓸쓸히 안치돼 있다.
충북 괴산경찰서 관계자는 11일 “연고자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행정기관에 시신을 넘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의 시댁과 친정 쪽에 연고자라고 할 만한 이가 거의 없다”며 “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동생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의 가족 중 친정 쪽 2명의 작은 아버지와만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명의 작은 아버지는 모두 “내가 왜 가야 하느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은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결혼 후에도 왕래가 없었다”며 “몇 개월 전 돈 빌려달라는 연락이 한 번 온 적은 있었다”고 말했다.
증평군은 A씨 모녀의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할 계획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아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사망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연고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인수를 거부할 때 지방자치단체는 시신을 무연고로 처리한다.
증평군 관계자는 “연고자를 찾지 못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장례비용을 지원해 시신을 화장한 후 납골당에 안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문객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빈소는 마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잇따라 숨진 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지냈다. 딸도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았다. 결혼생활 5년 동안 시댁과 친정 모두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도 A씨의 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씨는 언니와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은 지난 1월 A씨의 차량을 판 뒤 현재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언니는 오래전 행방불명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증평=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마지막 가는 길마저 쓸쓸한 증평 모녀… 무연고 처리될 듯
입력 2018-04-1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