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 되살아난 대구-부산 신공항 갈등

입력 2018-04-12 05:03

부산·경남 여당 예비후보 일제히 김해공항 중단 촉구
가덕도 재추진 공약 내세워
대구서도 밀양공항 재추진… 대구공항 이전-존치 논쟁도


대구와 부산을 갈라놓았던 남부권 신공항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과 대구에서 과거 실패했던 가덕도와 밀양신공항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1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남부권 신공항 이야기가 먼저 나온 곳은 부산·경남이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즉각 중단을 주장하며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김해시장 후보로 확정된 허성곤 현 시장은 소음·안전 대책 없는 김해신공항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예비후보도 소음피해 대책 문제를 거론하며 김해 신공항 입지 재검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 여당 후보들이 한목소리를 내자 대구에서도 김해신공항을 취소하고 밀양신공항을 재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혁신과 지역정당을 표방하며 결성된 ‘새로운 대구를 열고자하는 사람들’(이하 새대열)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에도 대구·경북 정치권은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대구의 미래를 위해 남부권 신공항을 재추진하자”고 밝혔다. 또 “부산·경남 예비후보들의 행보로 볼 때 조만간 신공항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권과 시장 후보, 지역 주도층이 결집해 밀양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대열은 대구공항 통합이전 계획을 중단하고 밀양신공항 재추진에 동참할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으며 문제점이 드러난 김해신공항 건설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대구는 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이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대구공항 존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에선 여기에 신공항 재추진 문제까지 끼어들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부권 신공항 논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대통령이 된 후 국책 사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2011년 경쟁 과열과 경제성 미흡 등을 이유로 사업을 무산시켰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재추진했지만 밀양신공항을 지지하는 대구·경북과 가덕도신공항을 지지하는 부산이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결국 2016년 가덕도와 밀양신공항 모두 무산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대구·경북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으로 사업 방향을 돌렸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