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전술혁명가’ 펩, 또 봄 고비 못 넘었다

입력 2018-04-11 18:32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왼쪽)과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11일(한국시간)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치르기 전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이끄는 ‘전술 혁명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또다시 봄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서 분루를 삼켰다. 맨시티의 트레블(UCL·리그·FA컵 우승) 도전도 좌절됐다.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와 연일 이어진 강행군 속에서 선수단 체력 및 컨디션 관리 실패가 예상 밖 탈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열린 2017-2018 UCL 8강 2차전에서도 리버풀에 1대 2로 패했다. 맨시티는 앞서 1차전 0대 3 패에 이어 2차전마저 내주며 1, 2차전 합계 1대 5 완패로 4강행이 좌절됐다.

올 시즌 맨시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 케빈 더 브라위너 등의 활약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탁월한 전술로 EPL과 UCL을 호령하며 무적의 팀으로 불렸다. 단연 UCL 우승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향이 되레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압도적 기세로 EPL 우승을 눈앞에 둔 맨시티는 승점에 여유가 있음에도 지난 1일 에버턴전에 주전 선수들을 풀가동하며 3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완벽주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결정은 독이 됐다. 핵심 선수들은 지난 5일 리버풀과의 UCL 8강 1차전에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대패를 당했다.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EPL 경기에선 더 브라위너를 전반에 쉬게 하는 등 일부 로테이션을 줬지만 한 발 늦은 감이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특성도 체력전을 요하게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높은 볼 점유율로 상대팀을 압도하고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선수들이 시즌 내내 이에 맞춰 뛰면서 시즌 막판에 체력 및 컨디션의 하강곡선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맨시티는 이달 들어 치른 리버풀과의 UCL 8강 1차전, 맨유와의 리그 경기, UCL 8강 2차전까지 내리 패하며 올 시즌 첫 3연패를 맛봤다.

과거에도 이런 패턴이 있어 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던 2011-2012시즌엔 리그 우승을 놓쳤고, 그해 봄에 열린 UCL 4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기 시작한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연속 UCL 4강에서 무너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르디올라 축구 특성상 리그, FA, UCL에 모두 전력투구하는 선수들은 이때쯤 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1일 에버턴전 때 실리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지나친 그의 완벽주의가 과유불급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리그에서 다소 약팀을 만날 때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UCL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의 자신감이 과했다”고 진단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