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릴 사람은 미리 빌렸다… 3월 가계대출 또 4조대 늘어

입력 2018-04-12 05:00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4조3000억원 늘어나 또다시 4조원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부채 폭증기인 2015∼2016년 3월 평균 증가액인 4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달부터 강화된 정부의 다주택자 및 대출 규제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선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의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은 2월 2조5000억원에서 3월 4조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 시행 이전인 지난해 3월 증가액 2조9000억원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동반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3월 2조8000억원 늘어나 2월보다 1조원가량 증가폭을 더 벌렸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택거래 자체가 늘었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범운영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선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3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1만4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이 관계자는 “전세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뜻하는 기타대출 역시 2월(7000억원 증가)보다 3월(1조5000억원 증가)이 배 이상 늘었다. 2월 설 명절 상여금 효과가 소멸됐고,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며 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영향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와 별도로 기존 은행에 제2금융권 가계대출 동향까지 합쳐 3월 총 가계대출이 5조원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1∼3월을 합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가계대출이 늘었지만, 제2금융권이 줄고 있다고 파악했다. 금융 당국은 “향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신용대출 및 자영업자 대출 증가 등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작성한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3월 중 외국인 국내 주식자금은 1억7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2월 36억 달러 순유출에서 3월 순유입으로 전환한 것이다. 삼성전자 등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 덕분이다. 외국인 채권자금 역시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9억6000만 달러 유입세를 기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