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세월호를 다시 보다… ‘그날, 바다’ ‘눈꺼풀’

입력 2018-04-12 00:10 수정 2018-04-12 17:26
영화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정부는 무능했고 우리는 무력했다. 이제라도 사건의 진상을 바로 마주하고 그 아픔을 함께 다독이자고 말하는 영화 두 편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나란히 극장에 걸렸다.

‘잊을 수 없는 그날, 모든 걸 알고 있는 바다.’ 영화 ‘그날, 바다’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혔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영화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추적한다. 제작진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도를 집중 분석해 사고 당시 정부의 발표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낸다.

최초 목격자인 두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의 인터뷰도 공개된다. 탑승객 증언, CCTV 기록,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 보기도 한다. 물리학 박사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침몰 과정을 재현했다. 4년간 치밀하고도 끈질기게 취재해 온 제작진은 “팩트만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백년전쟁’ 등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든 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는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특히 배우 정우성이 노 개런티로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정우성은 “어떠한 편견이나 견해 없이 그날의 사실에 집중하고, 더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멸 감독의 ‘눈꺼풀’은 분석보다는 공감과 위로에 초점을 맞췄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 성격의 극영화. 가상의 섬 ‘미륵도’를 배경으로 세상을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온통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섬에 사는 노인의 절구가 망가지는 건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섬을 헤집고 다니는 쥐는 하나의 원인에서 해결 불가한 문제들이 생겨남을 보여준다. 학생들을 데리고 섬에 도착한 선생님 역은 배우 이상희가 맡았다.

“희생자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카메라를 들었다”는 오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올바른 지표를 찾아야 한다. 배는 뭍으로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한 해결이 없다. 무엇보다 희생자들이 평안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