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수시 통합 등 논의 과제만 나열한 채 보내
개편안 위해 세금 펑펑 쓰고도 아무 결정 못 내리고 발 빼
“책임 전가” “선거 앞둔 꼼수” 어떤 의도든 혼란 가중 비판
내놓는 정책마다 오락가락 행보로 지탄을 받던 김상곤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개편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정시와 수시 통합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등 논의할 과제들만 나열해서 민간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교육회의에 맡기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31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개편을 1년 뒤로 미룬 지 224일 만이고 수능 개편 논의가 시작된 2015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 확정 고시 후 932일 만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각종 위원회와 정책 연구, 포럼, 여론조사 등으로 국민 세금을 투입하며 입시 개편에 매달렸지만 어떤 결정도 내놓지 못했다. 김 부총리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송안에) 교육부 입장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종전 입장을 뒤집었다.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간 과제 중에선 정시와 수시 통합 논의가 핵심이다. 교육부는 이를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조합해 다섯 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정시·수시 통합에 수능 절대평가가 모형1,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모형2, 수능 원점수를 활용하면 모형3이다. 현행대로 수시와 정시를 분리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식이 모형4,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게 모형5다.
수능 과목 개편 방안은 3가지를 제시했다. 1안은 통합사회·과학을 신설하고 탐구 1과목을 선택하되 과학Ⅱ는 제외한다. 3안은 현행과 동일하게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에 탐구 2과목과 제2외국어/한문을 본다. 2안이 특징적인데 수학을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르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모형 1∼5는 예시일 뿐이고 3가지 수능 방안도 국가교육회의에서 새 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폐지를 1안, 대학 자율을 2안이라 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하는 개편 방안을 시안(試案)이 아니라 이송안(移送案)이라고 이름 붙였다.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맡겨 교육부의 책임을 덜어보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대입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일단 숨기고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8월에 드러내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실이라면 꼼수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교생활기록부 개편은 무작위로 국민 100명을 선정해 이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 또한 면피성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대입 개편 이송안과는 달리 시안을 내놨다.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을 하나로 묶고 수상경력과 진로희망사항을 삭제하는 등 기재 항목과 분량을 줄인다. 초등학교는 8개에서 5개, 중학교와 고교는 10개에서 7개로 기재 항목이 간소화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대입 개편 ‘허송 224일’… 교육부,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입력 2018-04-11 18:36 수정 2018-04-11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