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박용현 목사] 첫 신자, 석 달 동안 전도지 3만장 돌려 얻었죠”

입력 2018-04-12 00:00
‘하나님 주실 것 있으시죠?’의 저자 박용현 목사가 지난 5일 자신이 개척한 경기도 부천시 생명의교회 텅 빈 십자가 앞에 서 있다. 부천=신현가 인턴기자
사진 한 장도 '있어 보이게' 찍어 올리는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약하고 부족한 모습은 어떻게든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개척교회 목사가 전하는 개척교회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책 '하나님 주실 것 있으시죠?'엔 솔직하다 못해 코끝이 시큰해지는 사연이 가득하다. 생명의교회 박용현 목사를 지난 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교회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5년 전 처음 교회를 개척했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우연히 건물을 얻었고, 두 아들을 통해 알게 된 학부모들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결국 가족 4명만 남았다. 수시로 새신자가 등록하는 대형교회와 달리 개척교회엔 교인 한 명 등록하기가 쉽지 않다. 박 목사는 “첫 신자는 3개월 동안 전도지 3만장을 돌려 얻었고, 한 번 예배드리러 왔던 분을 놓고 기도한 지 3년 만에 그분이 교회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노방전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가 목회하는 부천 지역은 근처에 이단도 많을 뿐 아니라 유난히 교회에 냉담한 분위기다. “인근 아파트 단지 안으로 전도하러 갔다 이튿날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단지 안에서 전도를 못 하게 하기로 결의했다고 하더군요.”

후원 받은 전도용품을 들고 나가도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모멸감이 느껴질 정도로 저를 위아래로 훑고 냉소 짓는 분들이 계세요. 대부분 물건은 받는데 어떤 분들은 물건도 기분 나쁘다고 받지 않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받는 것이 강냉이였다. 박 목사는 아내와 자발적으로 나오는 교인들과 함께 주 1회 이상 거리에서 강냉이를 나눠준다.

책에는 세례를 준 교인의 장례식조차 인도하지 못한 사연, 20일씩 금식기도를 했던 그가 정말 먹을 것이 없어 열흘간 금식기도를 하다 중단한 일 등이 실려 있다. 담담히 기록한 개척교회 목사의 일상은 서글프다 못해 가슴이 시리다. 하지만 그는 기쁨으로 이 삶을 선택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했다.

박 목사는 평택대 총장을 지냈던, 지금은 작고한 박인병 목사의 아들이다. 미국 유학 후 미주성결교회 총회에서 안수를 받고 귀국해 서울신학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큰 교회에 청빙 기회도 없진 않았지만 그 길을 마다하고 택한 것이 교회 개척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면 큰 교회에선 당회원을 상대로 목회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먼저 변하지 않는 한 교회는 절대 변하지 않아요. 그렇게 시작하기보다 개척하면 처음부터 교회란 이런 곳이구나 생각하는 신자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만 신앙이 밴 교회가 아니라 정말 예수님을 찾는 기쁨을 맛보는 신자들을 목양하고 싶었어요.”

‘Not total one, But just one’이라는 교회의 전도 표어가 암시하듯, 박 목사는 교회를 빌미로 성도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가 교회인 교회, 한 영혼도 놓치지 않는 목회를 꿈꿨다. 무엇보다 성도들을 ‘예수 고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너희 보물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으리라”(눅 12:34)는 말씀처럼 사람들을 물고기에 빗댔을 때 일용할 양식으로 무얼 먹을까, 생각하며 만든 표현이다. 돈 고기, 자식 고기, 명예 고기, 음란 고기가 아니라 예수님을 닮기 원하는 예수 고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대상 뒤에는 특이하게도 나무 조각 네 개로 만들어진 음각의 십자가가 있었다. 박 목사는 ‘텅 빈 십자가’라고 소개했다. 아무도 자기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는 모습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 어렵게 교회를 찾은 교인에게 예수님 따라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설교하자 “왜 이런 설교만 하고 축복은 안 해 주냐”며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현재 어른 30여명과 어린이까지 50여명이 예배드린다.

박 목사는 “지금 교인들은 말씀 듣고 기도하는 것을 넘어서 나도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성도 숫자 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목회자를 신뢰해 주는 성도들이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부천=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