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페트병, 지자체가 책임지고 수거”

입력 2018-04-11 05:00
우선 수거 가격 낮추도록 아파트와 업체 재계약 유도 안 될 경우 지자체가 처리
주중 규정 고쳐 잔재물을 낮은 비용으로 소각 방침

정부가 폐비닐·페트병 등 재활용 쓰레기를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수거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환경기준을 완화해 소각 처리 비용도 낮추기로 했으나 환경오염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폐비닐 등 수거중단 긴급대책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대응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수거 처리뿐만 아니라 생산·소비·배출·수거·선별·재활용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의 골자는 아파트 단지들이 수거업체에 돈을 받고 팔던 재활용 쓰레기의 처리를 지자체가 책임지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와 업체가 알아서 해온 재활용 쓰레기 수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우선 가격을 낮추도록 재계약을 유도하고, 이게 어려우면 구청 같은 기초지자체가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하남시 남양주시 광주시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선제 대응한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중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재활용되지 못한 잔재물을 사업장 폐기물이 아니라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도시 쓰레기 소각장에서 낮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쓰레기 처리 비용이 1t당 20만∼25만원에서 4만∼5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폐비닐은 고형연료(SRF)로 재활용할 때 환경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품질 기준을 위반해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검사 주기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현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1차 수거업체 관계자는 “청주시처럼 지자체가 직접 수거업체들과 위·수탁 계약을 맺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 때도 청주시는 위·수탁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나서 큰 혼란이 없었다. 다른 1차 수거업체 관계자는 “협상 주도권은 아파트에 있는데 환경부가 어떻게 중재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눈앞의 혼란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SRF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이곳에서 나온 미세먼지와 악취가 시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폐비닐은) 분리배출만 잘하면 되는데 SRF 기준을 완화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택배 포장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근본 대책도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때 깨끗이 세척해 분리 배출하는 방안도 시민단체와 함께 시민들에게 홍보할 방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의 3132개 아파트 단지 중 1610곳에서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으나 현재는 1262개 단지에서 수거가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348개 단지는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경기도에서는 문제가 됐던 572개 아파트 단지에서 지자체 직접 수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인천 8개 구청은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손재호 강경루 심우삼 황윤태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