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가이드라인… 정책 오류 공무원 처벌 ‘제동’

입력 2018-04-11 05:05

“전적으로 결정권자 책임” 역사교과서 징계 과잉 판단
공직사회 동요 달래고 적폐청산 가이드라인 제시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일선 공무원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부처별 적폐청산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 방침을 따른 일선 공무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의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다”며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위법 행위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 오류만으로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처별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며 “국민들은 TF의 권고를 정부 입장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로 인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혼선은 지난달 28일 교육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의 결과 발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교육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과 함께 전·현직 교육부 일선 공무원 등 25명에 대해 수사의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실무 집행자 10여명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책 책임자가 아닌 정부 방침에 따른 일선 공무원에 대한 수사·징계를 강행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수사의뢰를 권고한 25명에 교육부 직원까지 포함돼 있는데 그 부분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며 “진상조사위가 그렇게 제안했지만 감사원 감사 등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각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이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각 부처의 적폐청산 작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문책의 대상이 정책 책임자급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상의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각 부처는 그런 방침을 분명히 밝혀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3개 부처 및 기관에서 적폐청산 TF가 구성됐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적폐청산 작업이 이뤄지면서 공직사회가 극도로 경직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부처가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직된 공직사회의 부담을 덜어주고 일선 공무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낸 것으로 안다”며 “적폐청산 작업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