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에 인력 감축 대신 무급휴직·임금삭감 포함
산업은행, 관계부처와 검토 이르면 주중 수용 여부 발표
STX, 법정관리 피하더라도 구조조정 등 과제는 많아
STX조선해양 노사가 10일 마라톤협상 끝에 인건비 절감 방안에 합의하고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당초 STX조선이 제출 시한을 넘겼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STX조선 노사가 자구안을 제출하자 “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겨 최종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
STX조선 노사는 이날 오후 5시55분쯤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냈다. 정부가 정한 시한인 9일보다 하루 늦은 셈이다. 앞서 노조는 오전에 비상대책위원회와 조합원 설명회를 잇달아 열어 조합원 동의를 얻었다. 이후 STX조선 경영진과 노조위원장 등이 최종 문구에 합의했다.
STX조선 노사합의안에는 인력 감축 대신 무급휴직, 임금 삭감안 등이 포함됐다. STX조선 관계자는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고정비 40%를 줄이는 안”이라며 “회사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안 하겠다고 했고, 노조도 굉장히 많은 임금 삭감을 감수하겠다고 해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STX조선은 인력 감축을 제외한 재료비·경비 절감, 생산성 향상 방안, 수주 확대 방안은 이미 산업은행에 넘겼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낸 자구계획 및 노사확약서를 받아 정부와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자구계획을 확인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수용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자구계획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구조조정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에 달려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자구계획안에 들어 있는 인력 감축 방안이 지난달 초 삼정회계법인의 컨설팅 보고서가 요구한 수준(고정비 40% 감축)은 돼야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자구안을 수용하면 STX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하게 된다. 또 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지원받아 다시 수주에 나설 수 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피하더라도 혹독한 구조조정 등 생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STX조선은 그동안 중형 탱크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중국 베트남 업체 등 후발 주자의 추격, 기술격차 축소, 원가경쟁력 저하 등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만 조선업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STX조선의 현재 수주 잔량도 17척이다.
지난달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은 즉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도 STX에는 한 달간 자구안을 만들 시간을 줬다. 성주영 산업은행 부행장은 당시 “(STX조선이) 기술과 설계 능력을 가지고 있고 건조 경험도 있는 LNG선 쪽 수주 전망이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좋다고 판단된 점 등을 종합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STX조선을 컨설팅했던 삼정회계법인 측도 ‘고정비 감축'을 전제로 중소형 유조선, 가스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자구안을 거부하면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고,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을 운영했을 때의 가치보다 높기 때문이다. STX조선이 청산되면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25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TX조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17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 건조를 위한 재료비와 인건비 등으로 써야 해 신규 자금이 없으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성수 홍석호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벼랑 끝서 살아난 STX… 혹독한 생존 노력 돌입
입력 2018-04-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