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북미회담 내부 공식화… 분위기 띄우기?

입력 2018-04-11 05: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들어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룡해 당 부위원장(조직지도부장), 박광호 당 부위원장(선전선동부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이수용 당 부위원장(국제부장), 태종수 당 부위원장(군수공업부장), 김평해 당 부위원장(간부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이명수 북한군 총참모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노동신문

남북 정상회담 일정·장소 공개… 북미 접촉 사실 확인 이례적
비핵화 등 상당한 진전 암시… 최고인민회의 안건 상정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언급함으로써 현재 한반도 대화 국면을 공식화했다. 3월 초 우리 정부 특사단의 북·미 연쇄 방문을 통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북한 스스로 남북, 북·미 대화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정치국 회의는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열렸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고 북·미 대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최고인민회의에도 관련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대의원들에게 남북, 북·미 회담 전략과 비핵화 프로세스 등을 설명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0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상당 부분 조율이 됐다고 보고 해당 내용을 내부적으로 표명하는 절차”라면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북한에서 당·정·군을 망라하는 엘리트다. 이들에게 현재 돌아가는 국면과 북한의 향후 전략·전술을 설명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접촉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북·미 접촉에서 비핵화 등 의제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북한 관영매체는 북·미 정상회담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대미 비난에만 열을 올려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언급한 점이 특이하다”면서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 보도를 내놓은 것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치국 회의 보도문에는 핵·미사일 관련 내용이 빠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이 아닌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은 김 위원장의 ‘병진노선’ 채택 5주년이었지만 북한 당국은 이날을 기념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가 당 정치국 회의 개최 사실을 보도한 것은 2015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이틀 전 정치국 회의를 주재함으로써 김일성 주석 시절 당 중심 국정운영 체계를 복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국방위원회 중심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 당 정치국 회의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과 2013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해임 및 출당 등 중요 사안을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