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부패에 브라질 ‘우향우’

입력 2018-04-11 05:00

비리·강력범죄 횡행하면서 분노한 시민들 보수에 눈돌려
기독교 복음주의도 세력 확대… 극우 의원, 대선 유력 주자 부상

2003년부터 13년 동안 좌파 정권이 이어졌던 브라질에서 보수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셰우 테메르(77) 현 대통령도 우파지만 부통령이던 2016년 지우마 호세프(70)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이어서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는 아니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좌파의 거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대통령이 수뢰 등의 혐의로 수감되면서 우파가 정상적인 절차로 권력을 가져올 호기를 맞았다.

브라질에서는 군사독재가 종식된 1985년 이후 ‘보수주의’라는 단어는 금기시돼 당명에도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 또 85년 이후 대통령들은 압제자라는 인상을 줄까봐 범죄 대응에 강력하게 나서지 않았다.

그동안 범죄는 극심해졌고 정치권은 부패로 물들었다. 이런 가운데 보수주의가 발흥하고 있다. 페르난도 카르도소(86) 전 대통령은 “공포가 생길 때 브라질 사회의 보수적인 측면이 강해졌는데 지금 공포가 다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한 공포는 비리와 강력범죄로 무법천지가 된 현 상황에 대한 공포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죄와 부패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군사쿠데타도 지지할 수 있다는 사람이 40%에 달한다. 중서부 니오아케에 사는 전직 약사 프란시스코 리마(71)는 “범죄자와 부패 정치인들로 들끓고 있는 이 나라에 도덕성을 되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의 번성도 보수화와 맞물리고 있다. 현재 브라질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는 2035년이면 가톨릭 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3·사진) 하원의원은 현재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룰라의 낙마로 좌파 진영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판세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보우소나루에게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

사회자유당 소속인 보우소나루는 공수부대 장교 출신의 극우 정치인이다.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에 반대하며 총기 소유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여성 의원을 가리켜 “덮칠 만큼 예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입도 거칠다.

보우소나루는 현지 정치인 상당수가 걸려든 부패 수사와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다. 그는 “위대한 나라가 되려면 정직하고 애국적인 크리스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