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다문화교회 지원 사역 나선 최강일 한양대 특임교수

입력 2018-04-11 00:01
공학자에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최강일 목사가 10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손을 들어 ‘돕는 사역’을 하는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다문화 밀알선교합창단이 지난해 9월 경기도 시흥시 배곧영동교회에서 공연하는 모습. 최강일 목사 제공
목사의 전직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공학자가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최강일(58·한양대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특임교수) 박사가 바로 낯선 사례의 주인공이다. 그는 9일 경기도 구리시 두레교회에서 열린 국제독립교회연합회(설립자 박조준 목사) 안수식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최 박사는 “저를 목사로 불러 주시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청했다. 그는 “여전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지만 목사라는 정체성이 나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문가가 목사가 되는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평신도 신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실제로 평신도 신학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캐나다 리젠트대의 폴 스티븐슨 교수 제자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런 그를 목회자의 길로 인도한 건 할머니 윤오성 권사의 기도가 결정적이었다. 1997년 별세한 윤 권사는 어린 최 목사를 서울 구로동교회 새벽기도에 데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교회 김찬호 원로목사(2015년 별세)가 “손자를 목사 만들라우”라고 했다. 최 목사의 기억은 여기까지. 하지만 훗날 가족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할머니는 그날부터 ‘강일이가 목사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 해요. 저한테 묻지도 않으시고 절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신 거예요.”

할머니의 기도가 목회자가 된 씨앗이었다면 최 목사가 설립한 ‘다문화 밀알선교합창단’ 단원들은 그를 목사의 길로 이끌어낸 인도자들이었다. 87년 미국에서 설립된 밀알선교합창단은 현재 10여개국에 33개 지회를 갖고 있는 합창단으로 우리나라에는 서울 경북 충북 전북에 4개 지회가 있다.

최 목사는 2016년 다문화에 특화된 밀알선교합창단 지회를 설립했다. “제 고향이 서울 구로동입니다. 요즘 조선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분들이 살고 있는 동네죠. 이곳 주민들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합창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해 7월 조선족 3명이 참여해 출발한 합창단에는 현재 30여명의 외국인 단원이 있다.

그는 단원들의 표정에서 천국을 느낀다고 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분들이 합창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은혜를 받습니다. 어느 순간 이분들께 축도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찬식도 나누고 싶었죠. 그렇지만 제가 목사가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결국 할머니로 시작된 목회자의 길이 이분들을 통해 완성된 겁니다.”

최 목사는 이번 주 토요일 예정된 축복기도를 연습하고 있다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다문화 밀알선교합창단은 구로동 일대 외국인교회를 순회하며 공연한다. 최 목사는 목회에 있어선 모든 게 서툴다.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합창단을 통해 한국에 있는 다문화 교회들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늦게 목사가 된 제가 할 일은 ‘돕는 사역’입니다.”

소박한 다짐을 전한 최 목사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는 잠언 16장 9절의 말씀을 읊조렸다. 지금까지 힘을 준 성경 말씀이라는 말과 함께.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