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IEP가 분석한 구재회… “정·관계 인사 초청해 예산로비”

입력 2018-04-10 18:17

“연구 성과에는 문제 없지만 방문학자와의 관계에 치중”
한미硏 비약적 예산 증액 구 소장의 정치력으로 판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의 비약적 예산 증액이 구재회 소장의 ‘정치력’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 소장이 연구소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제도를 적극 활용해 사실상의 ‘예산 로비’를 벌였다는 자체 분석이다.

국민일보가 10일 입수한 KIEP 내부 문건에 따르면 KIEP는 구 소장의 연구 성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KIEP는 문건에서 “(구 소장의) 지난 11년간의 연구업무 자체만 놓고 본다면 특별히 성과나 문제로 지적할 사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신 KIEP는 구 소장이 USKI 예산 증액을 위해 정치적 방법을 활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USKI는 설립 이듬해인 2007년부터 매년 10여명의 방문학자를 초청해 편의를 제공했다. KIEP는 구 소장이 여야 국회의원과 공무원, 언론인 등을 방문학자로 초청해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예산 증액을 추구했다고 봤다.

실제로 2006년 4억여원이었던 USKI의 예산은 매년 증가해 2014년엔 24억5000여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20억원대 예산을 꾸준히 지원받았고, 지난해 집행된 예산은 21억8900만원이었다.

KIEP는 방문학자로 초청된 이들이 대부분 특별한 연구 성과 없이 워싱턴에 머물다 귀국했다고 평가했다. USKI 초청 방문학자 가운데에는 구 소장 친구의 부인인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KIEP는 문건에서 “이들이 귀국 후 USKI의 예산 증액과 사후 국정감사에서 USKI를 적극 옹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 과정에서 구 소장 본인도 학문적 업적이나 연구보다는 방문학자와의 관계 증진에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방문학자 리스트에는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이 다수 등장한다. 현 여권 인사 가운데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2013∼2014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07∼2008년), 송호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2018년) 등이 USKI 방문학자로 미국을 다녀왔거나 현재 체류 중이다. 야권에선 이재오 안경률 차명진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다녀왔다. 이외에도 기재부와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다수 USKI 방문학자 명단에 포함됐다.

KIEP는 구 소장의 자기관리 부족도 문제로 지목했다. 문건에는 구 소장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엔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출근했다고 기록돼 있다.

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