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 사태만 모면하려는 환경부의 탁상공론 대책

입력 2018-04-11 05:05
환경부가 10일 공동주택 폐비닐 수거 중단 사태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실망스럽다.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지가 언제인데 책상머리에 앉아서도 만들 수 있는 대책을, 그것도 지금에야 내놓는 것에 대해 주무 부처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폐비닐의 조속한 수거 정상화를 위해 지자체가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계약 조정을 독려하고, 수거된 폐비닐 등의 보관 공간을 확보하며, 업체의 잔재물 소각비용을 줄여주기로 했다. 또 폐비닐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에 대해 품질 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을 경감해주고, 잘못된 분리 배출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6월까지 홍보를 한다는 것이다.

김은경 장관이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발표한 이 내용은 현 상황만 일단 모면하고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잘 시행될지도 불투명하다. 많은 단지에서 해당 업체들이 혼합 배출 등의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서울시의 경우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공동주택단지 중 현재 348개 단지에서만 정상 수거가 안 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를 발표했을 때 이런 사태는 예고됐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당연히 그때 나왔어야 할 내용들이다. 그리고 지금쯤은 고형연료 시장 대책, 이물질이 포함된 폐비닐 수거 여부, 시행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비닐류 포장재를 포함시킬지 여부, 생산자에게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제품을 만들게 유도하는 정책 등 중장기 대책을 내놓고 정책 효율성을 공론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그동안 쓰레기 처리는 지자체 업무라고 방관하고 있었다.

지난 1일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자 바로 다음날 재활용 업체와 직접 협의한 결과도 아닌 것을 토대로 정상 수거키로 했다고 거짓 발표까지 했다. 지금도 정상 수거가 안 되는 아파트 단지가 수두룩하다. 결국 대통령과 총리에게 질책을 듣고 내놓은 게 계약 조정 독려, 행정처분 경감, 시민사회와 홍보 강화다. 언뜻 보기만 해도 이런 대책은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는, 담당 공무원이 책상서랍 속에 늘 갖고 있을 발표용 자료 정도다. 장관과 차관, 담당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