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한반도… ‘대구=사과’ 옛말 이제는 ‘정선=사과’

입력 2018-04-11 05:05

30년간 기온 1.22도 상승… 농작물 주요 산지 ‘북상’
인삼, 경기 북부서도 재배


기후변화가 한반도 농작물 산지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대구와 경북 남부 지역이 주요 산지였던 사과는 최대 산지라는 명함을 강원 지역에 내줬다. 감귤도 남해를 건너 내륙까지 진출했다. 충청권이 텃밭이던 인삼은 이제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인 경기도 연천군까지 재배지를 넓혔다. 이대로 기온이 오른다면 일부 농작물은 향후 재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통계청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표 농작물의 산지 변화 추이를 분석해 10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사과,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그리고 특수 작물인 인삼 6개 품목이다. 품목별로 최근 45년간 재배 면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모든 작물의 주요 산지가 북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과의 경우 1970년만 해도 경북 경산·영천시가 최대 산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강원도의 재배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선군은 45년 전보다 3731.4%나 재배 면적을 넓히면서 강원도 최대 사과 산지로 급부상했다. 남부 지역이 주요 산지였던 복숭아나 포도도 강원도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충남 금산군이 중심이던 인삼 재배지도 1995년 이후부터 경기·강원도와 같은 북부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해졌다. 강원 춘천시(1718.2%)나 홍천군(1678.7%)의 재배 면적 증가가 두드러진다. 경기도에서는 연천군의 재배 면적이 45년간 452.1% 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원인으로는 한반도 기온의 급격한 상승이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한반도 기온은 1.22도 올랐다. 세계 평균 기온상승(0.84도)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추세대로 기온이 오른다면 농작물 재배지 변화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을 안 했을 경우의 시나리오(RPC 8.5)를 적용하면 21세기 말에는 강원도 외엔 사과를 재배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농가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며 “아열대기후에 적응 가능한 품종 개발 등의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