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이지만 아이들의 열의와 재능을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구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습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성희(51·사진 왼쪽) 감독이 시골 초등학교 배구부를 맡아 학생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일자로 전북 고창군 흥덕초등학교 배구부 사령탑에 올라 방과 후 4시간씩 유지훈(5학년)군 등 9명의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2018학년도 전북도교육청의 학교운동부 지도자 공개채용에 응시해 이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고려증권 배구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명세터였다. 국가대표와 1996년 슈퍼리그 MVP를 거쳐 현대건설과 GS칼텍스, KGC인삼공사 감독과 국가대표 여자배구팀 감독을 지냈다.
“평소 유소년 배구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이 감독은 후배의 권유를 받고 재능기부 차원에서 이름도 몰랐던 한 면지역으로 내려왔다.
“어린 시절부터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배구를 접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72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이 감독의 부임 이후 학교는 물론 지역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7명이던 선수도 2명 늘었다. 이 감독 부임을 계기로 이 학교 출신인 송희채(26·OK저축은행) 선수가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편하게 다가가니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스스로 하려는 노력도 보여 뿌듯하다”는 이 감독은 “올해 추계대회 우승과 내년 전북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출전권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시골 초등학교 배구팀 맡은 ‘국가대표 감독’ 이성희
입력 2018-04-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