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이 가장 많아 “부당한 대우 받아도 말 못해”
퇴직금 60% 이상이 못받아… 나이 어릴수록 받기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않는 A양(18)은 이달 초까지 청과물 판매업체에서 일했다. 업체는 새벽 장사에 나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집을 나와 생활하는 A양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A양은 월 250만원을 받기로 구두계약한 후 근로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 16시간이나 되는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액수였다. 그러나 월급날이 되자 회사는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숙식을 제공했으니 임금까지 줄 수는 없다고 잡아뗐다. 황당한 논리였지만 학교나 부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던 A양은 이렇다 할 항변도 하지 못했다.
A양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고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와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1∼2월 아르바이트 취업자 137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5명 중 1명꼴인 20.9%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만 15∼18세 학교 밖 청소년 응답자 비율이 32.5%로 가장 높았다. 만 15∼18세 학생(24.5%), 19세 이상 성인(20.8%), 19세 이상 대학생(16.9%)이 뒤를 이었다.
황대윤 청소년근로권익센터 팀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부모의 동의서를 못 받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들이 이를 빌미로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강요한다”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퇴직금 수령 요건을 갖췄지만 받지 못한 경우도 60% 이상이었다. 한 달 평균 1주 15시간 이상, 만 1년 이상 근무한 후 퇴직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생 263명 중 퇴직금을 받은 건 36.5%에 불과했다.
퇴직금도 나이가 어릴수록 받아내기 어려운 경향을 보였다. 퇴직금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만 19세 이상 성인이 38.4%로 가장 많았고 대학생(35.6%), 15∼18세 학교 밖 청소년(28.6%), 15∼18세 학생(27.8%)순이었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에 맞는 조례를 제정해 학교 밖 청소년 노동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며 “그나마 최저임금 단속이 잘 이뤄지는 수도권에 비해 소외된 지방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알바생 5명 중 1명 “최저임금 못 받는다”
입력 2018-04-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