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정상회담 앞서 비핵화 방안 구체적으로 밝혀야

입력 2018-04-11 05: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5월이나 6월 초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산설까지 나돌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셈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 위주의 외교안보라인 배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측면도 있다. 북한도 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오는 27일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반도 비핵화의 큰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가 동시에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의제와 회담 장소, 시기 등 3대 조건 논의에 진전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비핵화 개념과 방식에 있어 양측의 간극은 여전하다. 비동맹 각료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 당국자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방중 기간에 밝힌 것과 동일하다. 이에 백악관 관계자는 과거에 했던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로선 받기 어려운 카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두 정상의 담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건 위험하다. 예비회담 성격을 갖는 남북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하나의 비핵화 방안을 갖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만이 비핵화의 문을 열 수 있다. CVID에 초점을 맞춘 비핵화 프로세스 시간표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 단계적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핵동결 정도를 내세워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접근한다면 이후 상황은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도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 원칙은 견지하되 유연성을 높여 접근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