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로 돌아섰다… 거래절벽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입력 2018-04-10 05:04

전문가 두 명 중 한 명 "1년 뒤 집값 더 떨어질 것"
살 사람보다 팔 사람 많아 서울 석달만에 매수자 우위
공급과잉·금리 인상 맞물려겹겹 악재에 혹한기 예고


부동산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왔다.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에 이어 정부의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급감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1년 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거래절벽뿐 아니라 공급과잉, 금리 인상까지 '삼중고'가 부동산시장에 몰아칠 태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공개한 'KDI 경제동향' 4월호에 실린 부동산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 전문가 중 48%가 1년 뒤 주택 매매가격이 현재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분기 38%가 하락을 점쳤던 것에 비해 10% 포인트나 급증했다.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전세가 역시 전문가 절반 이상(52%)이 하락을 전망했다. 2.5% 미만 하락을 예상한 비율이 42%로 가장 많았지만 2.5%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답변도 10%에 달했다. '월세→전세'로의 추세 전환이 이미 두드러진 가운데 1년 뒤에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역전세난 심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 대한 비관 전망이 늘어난 데는 '현재 매매가격 상승률이 적정가보다 여전히 높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전문가 중 51%가 올해 1분기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높다고 답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각종 청약 기준 강화, 금리 인상 등 호재보다 악재가 두드러지는 시장상황이 아직 매매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건설경기 전반의 불황 및 투자 둔화세도 부정적 전망을 거들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공개된 건설부문 지표에 따르면 건축부문 기성(건설업체의 실제 시공금액 평가액)은 2월 4.3% 증가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추세를 이어갔다. 토목부문과 건설수주 부문도 전월 대비 각각 8.6%, 36.6% 감소해 하락기조가 우세했다.

시장도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9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4.8로 집계됐다. 올해 초 98.8을 기록한 후 11주 연속으로 100을 웃돌다 3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중개업체 3000여곳을 대상으로 아파트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집계해 산출한다.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강북 14개구 매수우위지수가 95.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 아래로 내려갔다. 강남 11개구는 93.7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고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45.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거래량 감소에 매도세까지 동반하는 현 상황은 지방선거 국면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 및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공급과잉 지표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