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통신 장애로 업계 1위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 임직원들 질타

입력 2018-04-09 21:49 수정 2018-04-09 23:49

박정호(사진)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자사가 통신 장애를 일으킨 것을 두고 “(점유율 1위 업체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임직원을 질타했다.

박 사장은 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일은 단순 통신 장애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0여년간 1등이란 자부심에 취해 너무 나태했다”며 “기술에 의존하다보니 새로 배우기를 게을리 했고 (문제가 되는 일을 보고도) ‘저 일은 내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무관심하게 반응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장은 또 2시간 넘도록 장애를 해결하지 못한 점과 장애 사실을 고객에게 제때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품질과 서비스에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스스로를 반성하고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1등으로 남지 못할 것”이라며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을 하루빨리 혁신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질타에는 5G 기술표준 경쟁을 앞두고 느슨해진 조직을 다잡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LTE HD(고음질)용 음성통화 장비가 고장 나면서 발생했다. HD음성통화는 LTE망 사용 고객들에게 제공되고, 일반 음성통화보다 음질이 3배 선명한 통화 서비스다. HD음성통화 장비가 먹통이 되자 용량이 큰 음성통화 신호가 모두 3G망으로 몰려 과부하가 걸렸다. SK텔레콤은 현재 장비 오류 원인을 파악 중이다.

SK텔레콤은 피해 고객들이 가입한 월 요금제에 따라 1인당 600∼7300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전체 피해자는 730만명, 보상 규모는 총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