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저수지가 ‘덫’으로… MB, 발목 잡은 영포빌딩

입력 2018-04-10 05:00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영포빌딩을 ‘불법자금 세탁·관리장소’라고 특정했다. 지난달 청구한 구속영장에선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라고 표현했다. 다스 비자금을 비롯한 각종 차명재산과 뇌물수수 등으로 확보한 불법자금이 관리된 곳이라는 취지다. 특히 이 영포빌딩 관리에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동원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9일 “대통령의 처남은 경호 대상이 아닌데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에게 전담 경호원이 붙었고 그 경호원이 김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일 영포빌딩으로 출근하면서 김씨를 경호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가 병으로 쓰러진 뒤 영포빌딩에서 김씨가 관리하던 금고를 개봉했을 때 이 경호원이 직접 참관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통령경호법상 대통령과 그의 직계가족만 일반 경호 대상이다. ‘경호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도 경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김씨를 이런 인물로 보긴 어렵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당시 파견된 경호원은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김 처장을 대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영포빌딩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덫’이었다. 다스 등 차명재산 근거는 물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다른 뇌물수수 정황 등도 이곳에서 확보됐다. 검찰 입장에서 영포빌딩은 증거가 가득한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검찰 관계자도 “영포빌딩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1월) 지하창고 압수수색으로 (MB 수사가) 청와대 기록물 유출 사건과 삼성 뇌물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