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신앙] “직장인 평신도, 세상의 사역자로 길러야”

입력 2018-04-11 00:00
이희봉 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소외 이웃을 위해 연탄을 나르고 있는 이 전 청장.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는 이 전 청장.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이희봉(63·순천은평교회 안수집사) 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직장선교 전문가’다. 공직생활 30여년간 직장선교 활동을 연구하고 헌신했기 때문이다. 직장선교 활동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을 굳게 의지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2015년 7월 은퇴 뒤에도 직장선교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그는 “평신도(성도)가 직장에서 성경말씀대로 사역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복음이 전해지고, 어떻게 주님의 제자가 세워지며, 어떻게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겠느냐, 추수할 곡식은 많지만 일꾼이 적다고 하신 주님의 탄식을 누가 메워줄 것이냐”고 말문을 열었다.

“하나님께서 인정하셨듯이 평신도는 거룩한 나라요 왕 같은 제사장입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입니다(벧전 2:9∼10, 마 5:13∼16). 삶의 현장에서는 세상의 사역자입니다. 이런 자격과 역할을 갖춘 평신도가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역할을 온전히 행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그 기능이 위축되고 세상은 어두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 청장의 인생은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군 제대 후 행정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고시 합격은 쉽지 않았다. 매년 시험에 응시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주위의 권유로 7급 시험에도 응시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교회에서 성가대도 하고 교회학교 봉사도 했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막연히 열심히 교회에 다니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기복신앙’이었던 것 같아요. 사명이 없었던 거지요.”

그는 8년 만에 고시에 합격했다. 고시공부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신앙이 강건해졌다고 털어놨다. 하나님이 기도 중에 형통하게 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믿고 또 믿었다. 하나님을 의지하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부임지마다 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다. 믿음의 동지들과 기도하며 신앙훈련에 참여했다. 성경을 묵상하고 제자양육에 힘썼다. 직장을 선교지로 여겼던 것이다.

월급을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비로 여겼다. 그런 과정에서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예비하심, 그의 사랑과 역사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행정자치부 선교회장, 정부중앙청사 기독선교연합회장, 직장인을 위한 목요정오예배위원장,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아 직장선교 활동에 힘썼다. 현재 순천·광양 지역 직장인성경공부모임(BBB)에 매주 나가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다. 또 교회와 공공기관, 직장선교회 등에서 특강을 통해 평신도 직장사역을 이끌고 있다.

전남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이기도 한 그는 ‘하나님과 함께 일하기 운동’을 전개 중이다. 직장과 사회에 주님의 사랑과 공의가 스며들게 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나가겠다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뜻있는 기독교인과 함께 직장신우회 등을 방문해 직장선교 사역을 돕고 있다. 지역교회를 돌며 특강,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교회와 직장선교의 연합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의 좌우명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삶에 충실하라’다.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37편 4∼6절 말씀을 즐겨 외운다. 늘 기도한다. “주님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할까요.”

그는 최근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CLC)이란 책도 펴냈다. 일터 신학과 사명을 다루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평신도가 나서야 교회가 산다”며 “평신도가 거듭나고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아야 주의 몸된 교회로서 세워지고 주님의 뜻이 실현된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가정과 직장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