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서 가스폭탄이 쏟아졌다”… 생지옥 시리아

입력 2018-04-10 05:00
방독면을 쓴 구호단체 하얀 헬멧 대원이 8일(현지시간) 시리아 두마에 있는 한 건물에서 아이를 구조해 나오고 있다. 전날 이 지역에서 자행된 화학무기 공격으로 많게는 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문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제 몸 가누기도 힘든 아버지는 양손으로 두 아들의 시신을 껴안고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수없이 입을 맞추고 쓰다듬었지만 아이들의 창백한 뺨에는 다시 온기가 돌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입과 코에 흰 거품을 문 깡마른 아이와 여성들의 몸이 생기 없고 무질서하게 얽혀 있었다. 살기 위해 옥상으로 향하던 노모와 자매, 손주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였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그들의 입과 코에도 하얀 거품이 가득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이에게 제대로 장례를 치러줄 수도 없었다. 시신들은 폐허가 된 땅에 묘비도 없이 묻혔다.

독가스 공습이 7일(현지시간) 쓸고 간 시리아 동구타의 도시 두마의 풍경은 처참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공습 희생자는 구호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42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미 유족들이 직접 묻은 시신들이 많아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조차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 고위인사들에게 철군 준비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나온 지 채 1주일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 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목격한 현장의 모습을 8일 전했다.

현지 의료센터에는 이날도 안구 통증과 호흡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쇄도했다. 사상자가 많았던 데는 피해자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정부군 폭격을 피해 건물 지하로 대피해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생존자인 칼레드 압두 자파르는 알자지라에 “옥상에 있던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가스 폭탄이 떨어지는 걸 봤다. 녹색 가스가 통에서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자파르는 “폭탄이 떨어지는 걸 본 사람들이 서둘러 지하로 내려가 도망치라고 소리쳤지만 빠져나오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전의를 꺾으려고 화학공격을 자행했다고 보고 있다. 두마는 동구타 반군 세력이 마지막으로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공습 다음 날 반군은 이 지역을 넘기고 아직 정부군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북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을 정부군과 합의했다. 정부군과 이들 편인 러시아, 이란 측은 모두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란 점을 부인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발을 빼려는 기색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8일 트위터에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군사행동 가능성을 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미군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직후 시리아군 비행장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한편 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은 ‘T4’로 불리는 시리아 티야스 공군기지가 9일 미사일 공격을 받아 군 병력 일부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 측은 이를 과거 시리아를 공격한 전력이 있는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답변을 거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