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가는 쿠바 예술단… 트럼프 마음 녹일까

입력 2018-04-10 05:00
쿠바의 전설적인 무용수 겸 안무가 알리시아 알론소가 지난 201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알리시아 알론소 그랜드 시어터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 때 연설을 듣고 환영의 몸짓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 2014년 제24회 아바나 국제 발레 페스티벌에서 쿠바 국립발레단이 알리시아 알론소가 안무한 '셰익스피와 그의 얼굴들'을 공연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5월 ‘쿠바의 예술’ 페스티벌 위해 예술가 200명 파견… 역대 최대
13·14일 미주정상회의도 관심 트럼프-카스트로 만남 이뤄질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가운데 오는 5월 워싱턴DC에서 쿠바 예술인들의 대규모 공연이 예정돼 있어 양국 사이에 다시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쿠바 정부도 관계 회복을 고려한 듯 해외에 파견한 예술단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200명을 보내기로 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쿠바의 예술(Artes de Cuba)-섬에서 세계로’라는 주제로 다음 달 8∼20일 케네디센터에서 열린다. 발레계의 전설적인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알리시아 알론소(98)가 이끄는 쿠바 국립발레단,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유일한 생존 가수 오마라 포르투온도(89), 그래미상 수상자로 아프로-쿠반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아르투오 오파릴(58)을 비롯해 미술, 연극, 발레, 음악, 전시, 영화 등 여러 장르의 거장들이 참가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계 아티스트 200명도 페스티벌에 참가해 쿠바 예술가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페스티벌의 폐막을 장식할 쿠바 국립발레단은 워싱턴DC 외에 시카고, 탬파 등에서도 공연한다. 쿠바 일간지 ‘노동자들’은 9일 “미국 관객들이 쿠바가 자랑하는 위대한 예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예술단 파견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냉각된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미국과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신호라고 미 일간지 헤럴드트리뷴은 평가했다. 쿠바 문화부 장관 페르난도 로하스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페스티벌은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1961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에 공산 정권을 수립하면서 단절됐다. 이듬해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미국은 쿠바에 대한 외교·경제적 완전봉쇄 정책을 실시했다. 이 봉쇄정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2014년 12월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이 시작된 데 이어 이듬해 단교 53년 만에 국교 회복이 이뤄졌다.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2011년 집권한 동생 라울 카스트로(사진) 의장이 추진하던 경제개혁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쿠바 경제에 장밋빛 전망을 드리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제한을 강화하고 쿠바 군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의 거래를 단속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쿠바 정부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겪은 원인 불명의 신체 이상에 쿠바의 책임이 있다면서 대사관 인력을 60%가량 줄이고 워싱턴DC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했다.

오는 13∼14일(현지시간) 페루 미주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첫 정상회동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방정책을 추구하는 카스트로 의장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긴요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